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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과의 궁합은 안 좋았다. 그런데 마음은 너무 잘 맞았지

그 사람과의 궁합은,처음부터 안 좋았다.사주는 말했었다.충이 겹치고,기운이 상하고,상대의 기운이 나를 소모시킨다고.그러니까 조심하라고.이 관계는 오래 가기 어렵다고.나는 그 말을 믿으면서도,믿고 싶지 않았다.왜냐면,그 사람과 있을 땐 이상하게 편했거든.마치… 원래 내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잠시 자리를 찾은 것처럼.사주가 그 사람과 나 사이를계산해보고, 분석해보고,수치로 보여줬지만그 사람이 웃을 때의 눈꼬리,잠든 얼굴,작은 말투 하나까지도나는 지금도 기억한다.사주는 그걸 모른다.사주는 말할 수 없다.우리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얼마나 자주 싸웠고,그럼에도 서로를 계속 붙잡았는지.결국 우리는,붙잡지 못했다.그 사람은 떠났고,나는 남았고,남은 자리엔 사주표 하나만 남았다.가끔 그 사람을 떠올릴 때사주를 다시 ..

사주의 경고를 무시한 내가 자초한 일 같았다

그때 사주는 말했었다.조심하라고.몸도, 마음도 무리하지 말라고.그 시기는 흐름이 거세고,버티기보다 비켜가는 게 나을 거라고.근데 나는 그냥 웃어넘겼다.“뭐, 늘 안 좋다며.”“이 정도쯤이야.”그렇게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하던 일을 계속했고,오히려 더 악착같이 버텼다.내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운이라는 게 그렇게 결정적인 건 아니라고,기세로 뚫고 나가면 된다고 믿었다.그리고… 무너졌다.말도 안 되게, 허무하게.몸이 먼저 부서졌고,정신은 그 뒤를 따라갔다.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서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그땐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면그 조짐은 계속 있었던 거 같다.사주는 그걸 알고 있었겠지.근데 정작 그걸 무시한 건 나였다.이상하게도, 무너진 자리에서 문득예전에 봤던 사주 한 줄이 떠올랐다.“이 ..

일상이야기 2025.05.03

좋은 운이 온다고 해서 내가 좋아지는 건 아니더라

요즘 나에게는 좋은 운이 들어왔단다.사주를 보는 이들은 그렇게 말한다.흐름이 바뀌고, 막히던 게 열리고,이제부턴 나아질 거라고.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설렜다.“이제 드디어 괜찮아지는 건가?”그런 기대가 하루를 다르게 보이게 했고,아침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다.근데 이상하지.운이 좋아졌다는 시기인데나는 예전보다 더 피곤하고,마음은 여전히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해야 할 일은 그대로고,변한 건 날씨뿐이고,나는 여전히 나였다.좋은 운이 왔다고 해서사람이 갑자기 빛나지는 않더라.내 안에 고여 있던 감정들이운 하나 바뀐다고 저절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사주가 말하길, 지금 나는 ‘열리는 시기’란다.근데 열려도 그 안이 텅 비어 있으면그건 그냥 풍경 없는 창문 같더라.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