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2

그 사람과의 궁합은 안 좋았다. 그런데 마음은 너무 잘 맞았지

그 사람과의 궁합은,처음부터 안 좋았다.사주는 말했었다.충이 겹치고,기운이 상하고,상대의 기운이 나를 소모시킨다고.그러니까 조심하라고.이 관계는 오래 가기 어렵다고.나는 그 말을 믿으면서도,믿고 싶지 않았다.왜냐면,그 사람과 있을 땐 이상하게 편했거든.마치… 원래 내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잠시 자리를 찾은 것처럼.사주가 그 사람과 나 사이를계산해보고, 분석해보고,수치로 보여줬지만그 사람이 웃을 때의 눈꼬리,잠든 얼굴,작은 말투 하나까지도나는 지금도 기억한다.사주는 그걸 모른다.사주는 말할 수 없다.우리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얼마나 자주 싸웠고,그럼에도 서로를 계속 붙잡았는지.결국 우리는,붙잡지 못했다.그 사람은 떠났고,나는 남았고,남은 자리엔 사주표 하나만 남았다.가끔 그 사람을 떠올릴 때사주를 다시 ..

그 사람의 사주를 본다는 건, 그 사람을 안다는 착각이다

그 사람의 사주를 본 건,우연이었다.사람이 궁금해서라기보단,그 사람과 맺어질 수 있을까를 먼저 알고 싶었다.그러니까, 나는그 사람을 알려고 했던 게 아니라,내가 다칠지 안 다칠지를 알고 싶었던 거다.이건 지금 돌아봐서야 겨우 알게 된 거다.그땐 정말,사주를 한 장 펼쳐놓고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고,어디까지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인지.하지만 틀렸다.사주는 말해주지 않았다.그 사람이 나를 피할 때의 눈빛,대답은 했지만 마음은 없던 문자,혼자만 계속 가고 있던 대화 속 침묵들.그 모든 건 사주 밖에 있었다.나는 기껏해야 그 사람의 기운, 흐름, 관계운 같은 걸 따지고 있었지만정작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느끼는가였는데.그러니까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