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신대운 4

기신을 이기지 않고 견디는 법

기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무엇으로만 받아들였다.사주에서 말하는 ‘기신(忌神)’은 나에게 해가 되는 기운이니,그것이 들어오는 운에서는 분투하고, 벗어나야 한다고 믿었다.하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았다.기신은 단지 외부의 기운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자극하고 끌어올리는 작용이었다.그리고 그 자극이란 건, 피하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기신 대운을 보내는 동안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사람도, 돈도, 마음도.이유 없이 꼬이는 시기였고, 한 가지가 무너지면 줄줄이 무너졌다.그럴수록 더 애썼고, 애쓴 만큼 부서졌다.무언가를 바꾸려 할수록, 바꾸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좌절했다.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이걸 꼭 이겨야만 하는 걸까?’나는 사주 속..

교운기

2025년, 이번 해가 마지막 교운기다. 사주에서는 지금까지 지나온 대운과 다가올 새로운 대운이 겹쳐지는 시기를 교운기라고 한다. ​ 근데 실제로 겪어보니까, 그냥 아무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시기였다. 지나가는 운도 내 거 아니고, 새로 오는 운도 아직 내게 붙지 않은 그런 느낌. 그냥 공중에 붕 떠 있는 사람처럼 내려놓을 것도 없고, 잡을 것도 없었다. ​ 그 사이에 인연이 다 끊겼다.(2대운 기신 인연들) 그냥 조용히 연락이 끊긴 사람도 있었고, 이유도 모르고 싸운 경우도 있었고, 내가 먼저 놓은 인연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내가 아무리 애써도 돌이켜지지 않았다. ​ 기운은 거스를수록 날카로워진다. 오히려 발버둥칠수록 더욱 쌔게 때린다. 기신년이라는 게 그렇다. 결국, 나를 꺾을 때까..

기신대운을 맞서는 법

운명에 흐름이 있다면,그건 마치 물살처럼 느껴졌다.​사주에서 말하는 용신대운과 기신대운은그 물살이 내 편인지, 아니면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를 말해준다.​용신대운은 말하자면,삶이 비교적 순조롭고 운이 나를 밀어주는 시기.​반대로 기신대운은모든 게 자꾸만 어긋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막히는 시기.​나는 지금, 그 기신대운 속을 지나고 있다.마치 벽을 보고 달리는 기분.하지만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나는 그 벽을 무시하지 않고,그 벽 앞에서 버티고 움직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나 자신을 알려고 했다. 나의 감정들을 매일 적었다.붙잡는 대신 비웠다. 이 시기에는 아무리 좋은 것도 얻으려 하면 도리어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한 번 더 참는 소비나를 망가뜨리는 관계무조건적인 기대​이런 것들을 천천히 놓기 시..

왜 나는 운명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처음엔 단지 알고 싶었다.왜 나는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왜 어떤 사람은 내게 쉽게 다가왔다가어떤 사람은 이유도 없이 멀어지는지.살다 보면이유 없이 힘든 날들이 있다.그럴 때, 운명이란 단어는도망이 아니라 설명처럼 느껴졌다.사주를 처음 봤을 때,나란 사람이 하나의 구조로 읽힌다는 게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누군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운명은, 나를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지금도 나는 믿지는 않는다.하지만 무시하지도 않는다.운명이란 건 어쩌면삶의 모든 겹들 속에 숨어 있는‘흐름’이라는 이름의 이야기인지도 모르니까.그리고 그 흐름 위에나는 지금,하루를 적고 있다.부서지지 않으려고.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