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2 3

비 오는 날, 그냥 걸었다

오늘은 비가 왔다.창밖 소리에 눈이 떠졌고, 원래 같았으면 이불을 다시 덮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걷고 싶었다.우산을 챙기고 나서는데, 신발이 젖을 걸 알면서도딱히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비는 생각보다 더 부드러웠고, 바람은 살짝 차가웠다.길가에 고인 물을 밟지 않으려 조심하면서도어느 순간엔 그냥 툭툭 밟고 지나가게 되었다.한 시간 정도를 걸었다.이어폰도 없이, 휴대폰은 그냥 주머니에 넣고.비닐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내 발 아래 젖어가는 보도블록 소리가 그 시간의 배경음악이었다.걸으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도 아니었다.그냥, 오래된 마음의 무게들이물에 젖은 흙처럼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그동안 마음에 걸렸던 말들,떠나간 사람들,왜 그렇게밖..

일상이야기 2025.05.02

기신을 이기지 않고 견디는 법

기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무엇으로만 받아들였다.사주에서 말하는 ‘기신(忌神)’은 나에게 해가 되는 기운이니,그것이 들어오는 운에서는 분투하고, 벗어나야 한다고 믿었다.하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았다.기신은 단지 외부의 기운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자극하고 끌어올리는 작용이었다.그리고 그 자극이란 건, 피하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기신 대운을 보내는 동안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사람도, 돈도, 마음도.이유 없이 꼬이는 시기였고, 한 가지가 무너지면 줄줄이 무너졌다.그럴수록 더 애썼고, 애쓴 만큼 부서졌다.무언가를 바꾸려 할수록, 바꾸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좌절했다.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이걸 꼭 이겨야만 하는 걸까?’나는 사주 속..

내 사주 속 기신이 만들어낸 인연들

돌이켜보면, 유독 잊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이름을 떠올리지 않아도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남아 있는, 그런 사람들.사주를 공부하며 알게 된 건, 그들이 내 사주에서 ‘기신’의 흐름과 함께 나타났다는 사실이었다.기신(忌神)은 말 그대로 사주에 부담을 주는 존재다.내 사주에서 기운의 균형을 깨뜨리고, 흐름을 왜곡시키며, 때론 삶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그런데 그 기신이 들어오는 대운의 시기에 만난 인연들은 이상하게도 깊었다.때로는 너무 좋았고, 그래서 더 아팠다.스무 살 무렵,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온전히 내어준 적이 있었다.모든 것을 걸고 싶을 만큼 간절했고, 그만큼 서툴렀다.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내 사주상 가장 극심한 기신 대운의 시작점이었다.그 사람은 나를 사랑해줬지만, 나는 나 자신을 지키느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