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왔다.창밖 소리에 눈이 떠졌고, 원래 같았으면 이불을 다시 덮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걷고 싶었다.우산을 챙기고 나서는데, 신발이 젖을 걸 알면서도딱히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비는 생각보다 더 부드러웠고, 바람은 살짝 차가웠다.길가에 고인 물을 밟지 않으려 조심하면서도어느 순간엔 그냥 툭툭 밟고 지나가게 되었다.한 시간 정도를 걸었다.이어폰도 없이, 휴대폰은 그냥 주머니에 넣고.비닐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내 발 아래 젖어가는 보도블록 소리가 그 시간의 배경음악이었다.걸으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도 아니었다.그냥, 오래된 마음의 무게들이물에 젖은 흙처럼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그동안 마음에 걸렸던 말들,떠나간 사람들,왜 그렇게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