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유독 잊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을 떠올리지 않아도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남아 있는, 그런 사람들.
사주를 공부하며 알게 된 건, 그들이 내 사주에서 ‘기신’의 흐름과 함께 나타났다는 사실이었다.
기신(忌神)은 말 그대로 사주에 부담을 주는 존재다.
내 사주에서 기운의 균형을 깨뜨리고, 흐름을 왜곡시키며, 때론 삶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기신이 들어오는 대운의 시기에 만난 인연들은 이상하게도 깊었다.
때로는 너무 좋았고, 그래서 더 아팠다.
스무 살 무렵,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온전히 내어준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을 걸고 싶을 만큼 간절했고, 그만큼 서툴렀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내 사주상 가장 극심한 기신 대운의 시작점이었다.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해줬지만, 나는 나 자신을 지키느라 바빴다.
결국, 서로를 지치게 만든 끝에 멀어졌다.
그때는 몰랐지만, 내 안의 어지러운 기운이 감정의 방향을 자꾸만 틀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인연은 스물여덟 즈음에 찾아왔다.
그 사람과는 짧았지만 강렬했고, 다시는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게 만든 존재였다.
하지만 그 시기 역시 내 사주에서 ‘관살혼잡’이 심해지는 운이었다.
좋아하는 마음과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왔고, 가까워질수록 나는 나를 감추기 바빴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애쓴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도망쳤다.
결국 남은 건,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둔 미안함뿐이었다.
그제야 조금씩 느끼게 됐다.
기신의 시기는 나에게 인연을 주는 시기가 아니라, 인연을 통해 나를 시험하는 시기라는 걸.
사람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게 만들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나의 결핍과 상처를 직면하게 한다.
그게 기신이 만들어낸 인연의 특징이다.
깊고, 강렬하고, 아프다.
그러나 그 덕분에 나는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왔는지, 무엇이 두려웠는지, 왜 사랑을 그토록 원하면서도 쉽게 밀어내는지.
지금 나는 조금 다른 흐름 속에 있다.
예전만큼 혼란스럽지 않고, 기신의 세력이 서서히 약해지는 것도 느껴진다.
물론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그때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천천히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
사주는 나에게 그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 시기에 그런 인연이 있었던 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냥 그 운의 기운 때문이었을 뿐이라고.
기신의 시간은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자리에는, 이제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된 사람으로 남는다.
'일상이야기 > 일상사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사람의 사주를 본다는 건, 그 사람을 안다는 착각이다 (0) | 2025.05.03 |
---|---|
기신을 이기지 않고 견디는 법 (0) | 2025.05.02 |
왜 어떤 사람은 운이 와도 기회를 못 잡을까? (0) | 2025.04.30 |
궁합 볼 때, 진짜 봐야 하는 건 뭘까? (0) | 2025.04.30 |
연애운이 터지는 사주 vs 연애하면 망하는 사주 (1) | 2025.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