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공부하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히 사주는 좋다고 말한다.
명궁은 길하고, 대운도 순행이며, 격도 안정적이다.
그런데, 삶은 망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시기를 겪었다.
사람들은 "지금이 너한테 좋은 운이야"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시기에 인간관계가 무너졌고,
몸도 마음도 망가졌으며, 도망치듯 일상을 정리했다.
그게 궁도와 대운이 충돌하는 시기였다.
자미두수에서 말하는 '궁도(宮度)'는
그 사람이 타고난 삶의 흐름이다.
내 명궁이 지닌 성향, 육친의 흐름, 열리는 시기.
그 흐름이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인생을 밀고 간다.
문제는 대운이다.
대운은 현실로 들어오는 바람이다.
궁도가 따뜻한 남풍이라면,
대운은 그걸 정면으로 막아서는 북풍일 수 있다.
나는 그런 시기를 살고 있었다.
명궁은 도화성이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을 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대운은 형과살이 들어오는 시기였고,
도화의 빛을 꺼트리는 격이었다.
주변엔 사람이 많았지만,
그 누구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내게 끌려왔지만,
모두가 등을 돌리고 나갔다.
기회는 왔지만,
잡을 수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단지 사주만 좋았던 시기였을 뿐이다.
궁도는 삶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대운은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운은 복잡하게 겹친다.
좋은 운과 나쁜 운이 동시에 들어올 수 있고,
내가 기대한 복이 '복의 모습'으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그건 ‘복이 오지 않은’ 게 아니라
‘복이 오기에 너무 일렀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그 시기를 지나왔다.
형과살은 멀어졌고,
궁도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시기를 ‘좋은 운이 아니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견뎌야 하는 운'이었다고 기억한다.
사주는 말이 없고,
운명은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때가 내게 어떤 시기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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